원문 주소(url) | https://platum.kr/archives/208716 | ||
---|---|---|---|
출처 |
지난 8일과 9일 전주 라한호텔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2023’는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동향을 비롯해 생성형 AI, 인구문제, 기후위기, 도시혁신 등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의 역할 논의가 이루어진 자리였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생태계의 다양성’ 세션이었다. 세션 연사로 나선 김영경 전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상무는 스타트업 생태계 여성 구성원, 여성 VC 현황, 전체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현황을 통계로 공유하고 해결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이하 발표 내용 전문 정리.
오늘 이 자리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전반적인 다양성을 포괄해서 말씀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스타트업 안에서의 여성들, 그리고 여성 VC 현황, 그리고 전체 노동시장에서 여성 직원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어서 다양성 혁신 전략과 관련된 정부정책 및 기타 정책들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도입이 확산되면서 노동시장에서 한국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해결될 거라 기대를 지만, 여전히 성별격차 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라고 합니다. 그럼 다양성은 왜 중요한지, 지금 이대로 살면 안 되는 건지, 우리가 왜 다양성을 추구해야 되는지를 5가지 정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첫째는 혁신과 창의성입니다.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가 있어야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솔루션이 제시된다고 합니다. 나아가서 문제해결과 의사결정까지 이어지고요. 두번째는 더 나은 대표성이고, 세번째는 사회정의와 형평성입니다.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자체가 곧 사회 정의와 형평성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 되겠죠. 네번째는 성과 향상입니다. 아직까지는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다섯 번째로 더 폭넓은 스킬셋(Skill Set)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스타트업에서 젠더디바이드(gender divide)는 최근 몇 년 동안 주목받고 있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한국 여성기업가들은 남성기업가들에 비해 여러가지 도전과 장벽에 직면해 있어요. 이로 인하여 창업과 기업 운영에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남자분들에게는 질문을 하지 않는 생애주기에 관한 질문들이 상당히 자주 등장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결혼했나요? 자녀 있나요? 자녀 누가 돌봐 주나요? 남편은 뭐하시나요? 시부모님이 창업하려는 것 아세요?”와 같은 질문을 들을 때가 있다고 해요. 어떤 여성 창업자는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할 때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헐렁한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어떤 교수 창업자는 살이 쪄서 자기관리도 못하는데 회사 관리를 어떻게 하겠냐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해요. 일부 투자자들은 대놓고 여성이 창업한 스타트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한다고 해요. 여성들이 창업을 하면 테크쪽은 없다며 여성 창업에 대한 이미지를 작은 단위로 생각을 하거나, 여성들이 많이 창업하는 육아, 보육 서비스들은 다른 영역에 비하여 사업성이나 시장규모가 저평가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러한 불편한 일화들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숫자로 나타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이미지는 올해 초 한국일보 기사(“애 있어요? 남편 뭐 해요?”… 스타트업 여성 창업자들이 맞선 ‘사적인 질문들’)를 정리한 것입니다. 작년에 시리즈 A 라운드 투자 유치를 받은 216개 스타트업 중에서 6.9%에 해당하는 15개 기업만이 여성대표 기업이었고, 남성과 함께 공동창업을 한 기업까지 합쳐도 9.2%에 불과했습니다. 다음 단계인 시리즈 B 라운드 투자 유치를 받은 97개 기업 중 단 3곳 만이 여성 창업자의 회사였고, 남성 공동창업자 기업까지 포함한다면 5개로 약 5%정도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가지 내-외부적인 이유가 있을 거고, 물론 여성들의 문제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큰 장벽중의 하나는 남자는 생계 부양자 역할을 하고, 여성은 돌봄 역할을 우선시하는 한국의 문화적, 사회적 규범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문화적 고정관념으로 인하여 여성은 VC 펀딩, 가족의 물질적, 정신적 지원, 그리고 네트워크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국내에 충분한 보육시설이나 사회복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성 기업가들은 육아와 관련된 어려움을 상당히 많이 직면하고 있어요. 아울러 이사회와 임원직을 포함한 리더십 직책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VC 업계의 남성중심 문화가 여성창업자들에게 덜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남성 VC 심사역분들은 성별 때문에 투자를 안 한 것이 아니라 기술과 사업 그 자체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서 안 하는 거라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이혼을 할 때도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하듯이 양쪽 이야기를 더 잘 들어봐야 되겠죠. ‘왜 여성 창업자의 회사를 투자를 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보다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려면 어떤 것이 선행되어야 되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VC 생태계 구성원 중 여성심사역의 비율은 계속 증가해 왔습니다. 2021년에는 13.6%, 2020년에는 14%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렇지만 220개 창업투자회사 중 절반이 넘는 122개사는 여성 심사역이 부재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늘어난 여성 심사역은 상당수가 신참급이라서 투자 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재 여성심사역 비율이 적다고 보실 수도 있지만, 2000년도 초반 IB의 모습을 지금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00년에 투자은행에 조인했는데, 당시 외국계 IB 리서치 팀에는 보통 7-10명 정도의 애널리스트가 있었고 1-2명 정도가 여성 애널리스트였고 주로 유통과 음식을 담당했었습니다. 굉장히 적은 비율이었는데 최근에는 30%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양적인 변화 보다는 질적인 증가에 더욱 주목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연결되는 이야기로, 대기업 여성임원과 사외이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국내 100대 기업여성 임원수가 작년에 400명 대에 진입했습니다. 100대 기업 중, 여성임원 보유 기업수가 70개를 넘었고요. 여성임원의 비율은 2019년 3.5%, 2020년 4.1%, 2021년 4.8% 였고, 2022년에 5.6%가 됐습니다. 대기업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한 상황이지만, 서서히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이 분명 있는 겁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기업에서 대표 타이틀까지 갖고 있는 여성은 아쉽지만,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네이버 최수연 대표 딱 두 분 뿐이라 조금 아쉽습니다.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2020년 7.9%에서 2021년 15% 로 높아졌고, 지난 해 3/4분기에 드디어 20%에 진입했습니다. 여성 사외이사가 활약하는 기업도 2020년 30곳에서 2021년 60곳, 작년에는 82곳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여성 사외이사가 많아진 배경에는 개정된 자본시장법의 영향이 컸습니다. 정책과 법적환경이 다양성 혁신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성별격차를 해결하려면 어떤 다양성 혁신전략이 필요할까요. 스타트업, VC, 중소기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비슷한 환경이겠지만, 일단 VC 생태계를 중심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첫 째로 성별 다양성 정책, 할당제가 있겠습니다. 할당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이 양성평등을 촉진하고 다양성과 투명성을 증진하는 법률을 입안해야 된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 여성의 대표성 확대가 있어야할 겁니다. VC는 여성창업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여성 투자자들은 VC 생태계에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됩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멘토링 및 네트워킹입니다. 여성 창업자들이 성공적인 사업개발을 위한 리더십 훈련이나 비즈니즈 전략, 자금 모집에 대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또한 고정관념 및 인식개선 교육이 정말 중요합니다. 딸이 창업을 꿈꿀 때 부모와 학교가 충분히 독려할 수 있어야 하고, VC 들이 투자결정에서 무의식적인 편견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에 대한 교육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투명성 유지, 여성창업자의 성공사례 공유 등이 필요할 겁니다.
성별 다양성 정책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밝은 부분이 있다면 어두운 부분도 있겠죠. 형식주의 가능성, 자격에 대한 반발 문제, 미봉책이라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사실 여성 사외이사 제도가 유럽에서 2000년대 중반에 시작됐는데, 실질적인 문제 해결 없이 그냥 뽑다보니 신뢰성과 수용성이 떨어지는 이슈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 극복방안으로 투명한 선발기준과 인재풀 확대, 멘토링 및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독립적인 제 3의 기관이 참여하여 정기적인 성과 평가를 통해 퍼포먼스에 대한 측정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https://platum.kr/archives/208716
출처 |